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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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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을 돌본다는 것은?(김춘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0-29
조회 45942
치매어르신을 돌본다는 것은?
 
김춘길 교수(한림대학교 간호학부)

최근 의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노인인구가 증가되고 이에 따라 치매 어르신의 수도 점점 많아져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 감소를 동반하는 비가역적인 만성퇴행성질병이므로 신체적, 인지적, 행동적 장애의 유발로 다른 질환보다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치매어르신의 좋은 돌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의 일환으로 본고에서는 치매어르신의 돌봄에 대한 지침을 간략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치매어르신을 돌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는 뇌에 병변으로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 성격 및 감정변화, 인지장애(사고력, 주의력, 계산력, 판단력 등에 문제가 생김)가 발생하여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노망, 망령이라고 지칭되었던 치매어르신이 있었고 이분들은 주로 가정에서 가족들의 돌봄을 받아 왔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가족형태가 이전의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되었으며 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치매어르신을 가족들이 돌보기 어려운 실정으로 변모하였다. 이에 국가에서도 ‘치매법’을 제정하여 2012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 방안을 제시하고 실시하는 등 정책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 돌봄에서는 가능한 어르신을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하여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며 조절이 어려운 정신행동증상 등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에 알맞은 방안(시설 입소 등)을 모색하여 보다 질적이고 섬세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어르신을 관리, 돌보는 데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는 <어르신의 편안하고 인격적인 삶>, 즉 치매어르신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유지시키고 향상시키는 것이다. 치매어르신을 돌본다는 의미는 ‘도와서 보호하고 지지함’을 뜻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과 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가족이 어르신을 돌보는 경우에도 어르신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봄의 목표는 실행 가능한 실제적인 것으로 설정하고 가능한 치매어르신의 독립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어르신이 가능한 오랫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치매어르신을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에는 다학제간 팀(의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법조인, 요양보호사 등) 접근이 요구된다. 주의할 사항은 치매는 이전에 비해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므로 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분은 치매당사자가 아닌 어르신과 함께 한 가족, 보호자나 지인들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옆에서 함께 해 온 분들이 치매어르신의 초기 발견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어르신에게 주의를 기우려 일상에서 변화를 느끼면 즉시 시 ? 군 보건소의 치매상담센터 등에 의뢰하는 것이 요구된다. 치매를 초기단계에 발견 한 후 지속적으로 치료?보호할 경우 중증으로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요양시설 입소의 감소 및 비용 절감에 도움이 큼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치매의 조기발견 및 사전 예방은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치매어르신을 돌보는 경우 인지기능저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치매환자는 대부분 노인들이며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신을 돌볼 능력의 저하나 인간답게 사는 가능의 손상으로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돌보는 이들은 어르신이 살아온 인생역사를 간과하지 말고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치매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정신행동증상들은 이들의 욕구에 의하므로, 어르신의 요구와 대상자의 성격 등을 감안하여 지지적이고 친절하며 대상자 중심의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라도 치매어르신의 가치나 의견을 중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한다. 즉, 치매어르신의 관점을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지적이라 함은 신체적 돌봄과 안위제공은 물론 돌봄 대상자 중심의 의사소통, 상실이나 사별 등에 대한 지지를 포함하며 대상자의 스트레스 감소까지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어르신은 아침에는 스트레스 수치가 낮은 편이나 시간의 경과됨에 따라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 치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목욕 등과 같이 힘이 드는 일이나 어르신에게 어려운 일들은 가능하다면 오전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시간에 돌봄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원하는 시간에 어르신의 상황을 감안하여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로, 일상의 변화, 능력이상의 요구, 통증이나 질환 등의 신체적 변화는 치매어르신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휴식이나 낮잠 등을 돌봄에 이용하고 좋아했던 것이나 익숙하고 경험했던 도구, 물건, 향기 등을 이용해 치매어르신을 자극하는 것도 돌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안위와 안전감을 제공하고 분리불안을 감소시켜 어르신과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위안과 정서에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 어르신을 돌보는 이들은 신체간호에도 능숙함이 요구된다. 필요한 경우 보건소 등 지역사회 자원이나 치매전문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매어르신이 행동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과다한 자극이나 자극 박탈, 낯선 장소로의 이동, 고통이나 배고픔, 청각이나 시각손상, 피해망상적 사고나 편집증, 탈수나 약물에 의한 급성 혼동상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능한 경우 행동 양상을 파악하고 증상조절을 위한 방안을 찾도록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 신체적 원인과 환경적 영향을 파악하도록 한다.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약물치료도 적용될 수 있다.
 
38℃ 이상의 열, 피부의 반점이나 창백함, 구토나 설사, 심한 목마름, 두통, 갑작스런 행동변화, 신음이나 비명소리, 갑작스런 경련이나 쓰러짐, 팔다리의 심한 부종, 호흡곤란, 심한 체중감소와 같은 증상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돌봄 시 이러한 증상들이 어르신에게 발생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살피도록 한다.
 
끝으로 치매어르신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돌보는 이의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식사, 배설, 수면, 청결과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여 사고를 예방하도록 한다. 어르신을 고독하지 않도록 하며-고독은 치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 그분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상황을 배려하고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유지와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밀유지로 어르신을 보호하도록 한다. 치매로 인지장애가 있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여 그분들의 생각조차를 무시하는 것은 돌봄에서는 금물이다. 다만 그분들은 아픈 것이므로 이해가 어려운 경우라도 설득이나 교정보다는 인내와 따뜻함으로 지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치매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고 또 잘 살고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과 자세로 가정으로부터 시설 및 병원거주 치매어르신들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한다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치매어르신의 미래는 좀 더 밝아질 것이다. 이를 위한 국가정책-조기발견 및 예방강화, 치매중등도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 보호강화, 효과적 치료 ? 관리를 위한 인프라 확충, 가족지원 및 사회적 소통 확대-도 보다 잘 추진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가족은 물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치매어르신의 관리측면에서 발전이 있기를 함께 소원해 보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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